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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말대잔치

어제와 비슷한 그저 그런 오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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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가 선물해준 아이슬란드 책이 있었다. 왜 하필 아이슬란드냐 하면 내가 지금까지 아이슬란드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에. 그냥 그뿐이다. 아주 오래전 사주를 보러 갔던 적이 있다. 사주나 타로 같은거 잘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혹은 내가 원하는 방향의 이야기를 해주면 혹하지 않는가. 사주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. 내 이름에 역마살이 두 개나 들어가서 이동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과 물을 가까이하면 좋다는 이야기.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내 짧다면 짧은 인생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아직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거겠지.


 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사가 잦았다.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몇 번의 이사를 했으며, 초등학교는 세 군데, 중학교는 두 군데를 다녔고 이후 대학교를 서울로 가게 되며 지방을 떠나게 되었다. 그리고 일본에 잠시 다녀왔고, 직장생활을 하면서 약 3년간 스무 번이 넘는 해외여행을 다녔다. 누구든 이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나 그냥, 역마살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. 실제로도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싫증을 느끼고 권태감에 빠지는 나니까. 여행을 갈 때마다 아팠던 몸이 낫는 것 같은 느낌도 좋았다. 여행을 다니며 가장 많이 간 곳은 단연 일본이었는데, 이동과 물이 가득한 섬이라는 점에 생활언어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나갔는지도 모른다.


 그냥 섬이 좋았다.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있는 도시생활에 힘들어하고, 인간관계도 좁고 좁은 나라 그런지 몰라도- 한적한 도로를 걷는 것도 좋고 넘실대는 바다를 보는 것도 좋았다. 일본도 사이판도 사랑이 넘치는 하와이도 나에게는 너무 좋은 기억들만 남겨주었다. 아이슬란드는 가본 적이 없지만, 그냥 나의 로망이랄까-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. 나의 꿈이 깨어질까봐.



 건강이 안 좋아져서 일을 쉬게 된지 오늘로 딱 한 달째. 다들 내가 일을 쉬면 해외로 나갈 거라 생각했다. 그런데 여전히 나는 한국에 있고 - 보름 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, 여행 아닌 여행이었으니 패스 - 어딘가에 갈 심적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.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 어딘가로 떠나지 않을까, 나도 이런 생각을 해왔는데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. 지난 반년간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가지가 얽히고설켜 나를 잡아두는 건가 싶기도 하다.


 어쩌면 이 모든 건 다 핑계고 내가 자신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. 생각할수록 그런 것 같다. 내 친한 지인들은 나보다 나이가 2-3살이 많은데 나에게 하던 이야기가 너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, 였다. 그땐 와 닿지 않던 이야기가 지금은 와 닿는다. 어쩌면 그들은 나에게 또 얘기할 수도 있다. 아직도 젊다고. 그런데 이상하게 최근 들어서는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. 인생을 헛산건 아니지만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랄까. 어렸을 때 나는 이 나이면 내가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.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엇나갈 것이라는 걸 깨닫긴 했지만.



 하루는 더디게 흘러가고 한 달은 빛의 속도로 흘러간다. 그리고 돌이켜보면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있겠지. 그냥, 새해가 다가온다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. 그래봤자 그냥 다른 날과 같은 하루가 흘러가는 것뿐인데. 과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별 생각이 다 드는 건 사실이니까. 어딘가에는 내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. 여기는 내 공간, 아무말대잔치니까. 오늘도 아무말대잔치를 벌였다 셈 치고- 나중에 내 티스토리가 유명해지면 그땐 몰래 지워야지. 그전까진 아마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들을 늘어놓을 생각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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